본문 바로가기

주관적인 생각들

이성과 감성 사이의 갈등, 그리고 정치

"아무리 친한 사람이어도 종교나 정치 얘기는 절대 하는 게 아니야."

-

아마 누구나 주변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얘기일 것이다. 이 말은 PC와 포스트 모더니즘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지금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오갔던 말이다.

그만큼 두 개의 주제는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이고, 의견이 가장 많이 갈리는 분야이기도 하기에 갈등을 쉽게 야기할 수 있다.

종교의 경우, 워낙 '믿음'이라는 확실한 기준이 존재하기에 너무도 간단명료하게 불신자와 신자의 대립이며, 양 측간의 대화가 도저히 통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정치는 조금 다른 영역이다. 특별히 옳고 그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만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결국 타협의 여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동시에 정치에서 의견 대립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아마 이성과 감성, 이 두 가지 사이의 갈등일 것이다. 누구나 이성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을 다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확히 반 반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이성과 감성은 인간이 가진 요소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각 직종과 직군에 따라 필요로 하는 인간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사회복지사, 혹은 인권 변호사 등은 조금 더 사람들과 공감하며 그들의 사정을 이해해주고 감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게 더 좋다. 그래서 실제로 주변에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감성적이며, 흔히 착하단 소리 한 번쯤은 들으며 산다.

반면, 정치나 기업을 하는 것은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게 더 좋다. 특히 정치라는 것은 한 나라, 수 천만, 수 억의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기에 절대 비판이나 비난을 피할 수 없고, 어찌 보면 사회적 질타를 받으며 필요악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 pkripperprivate, 출처 Unsplash


근데 요즘 우리나라는 뭔가 이상하다. 이성이 앞서야 하는 정치판이 감성팔이 장이 돼버렸다. 좌우를 막론하고 모두가 똑같이 국민들에게 감성을 앞세워 표를 팔아먹는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우리나라 사회, 경제의 최전선에 서서 가장 이성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하기위에 국민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기능을 하기는커녕, 그냥 일반인보다도 못한 시각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

솔직히 정치인 입장에선 감성적 어필을 하며 정치를 한다면 그것보다 편한 것이 없다. 굉장히 단순한 원리가 되기 때문이다. 어떠한 특정 사건을 잡고 늘어지며 편을 갈라서 적을 만들고, 서로 비난하며 어필하는 게 요즘 정치 트렌드인가 싶을 정도이다. 이렇게 된다면 국민들 눈치를 보고 마치 초등학교 반장선거처럼 지키지 못할 약속이 난무하고, 인기투표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정치인들이 서민들을 이해해 주며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이 정말 참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 국민들과 공감하고 그들의 아픔과 힘듦을 이해하는 것,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로, 가난하고 무지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지에게 다가가 같이 울어주며 손을 잡고 힘듦을 공감해준 뒤 그 자리를 떠나는 사람이 있고, 손을 잡아주거나 같이 울진 않았지만 10만 원을 던져주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고 친다면, 누가 더 좋은 사람일까?

아마 첫 번째 사람을 겪는다면, 이 가난한 거지는 마음은 따듯해져도 금방 굶어 죽거나 얼어 죽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반면, 두 번째 사람을 겪는다면 이 거지는 기분은 더러울 순 있으나(저 상황엔 기분을 신경 쓰지도 못할 것 같다) 앞으로 적어도 며칠간은 굶을 일이 없을 것이다.

물론 정치판은 이것보다도 훨씬 더 복잡한 문제지만, 그만큼 실질적인 성과가 더 중요한 사실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 shadejay, 출처 Unsplash

사람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통해 국민의 시민의식이 발전했다고들 한다. 국민의 힘으로 한 나라의 리더를 끌어 내렸다는 사실이 엄청난 성취감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정치적인 수준이 한 층 성장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국민들은 자신들이 자만의 프레임에 빠지진 않았는지 생각하며 자신을 경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헛똑똑에 빠져 국민의 수준은 한없이 쇠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서서히 우리 모두 바보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국민들은 어느 순간부터 정치적 이념이나 정책, 토론을 통해 대표자를 뽑지 않고, 단순한 색깔론과 진영론 접근을 통해 투표하기 시작했다. 정책의 자세한 내용이나 실현 가능성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고 얼굴, 유명세, 퍼주기만을 보며 뽑는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책이나 이념을 앞세우기보단 정권 심판, 대통령과의 인연 등 학연, 지연, 혈연 등을 앞세워 홍보하고 어필한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민들 수준은 계속해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고, 영화 '내부자들'의 명대사처럼 그야말로 개, 돼지 취급을 받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지속해서 정치인들을 괴롭혀야 한다. 무조건 수긍하며 단순하게 찬성, 반대 하는 것이 아닌 논리적인 비판을 통해 그들이 지속해서 정책연구를 하게 하며, 꾸준히 국가와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일꾼으로 만들어야 한다.

결국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기 때문이다.

정치에 결코 절대적인 옳음과 다름은 있을 수 없다. 이념의 차이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고, 대립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정치적 철학과 이념을 확실히 성립하여 무조건 내 편 밀어주기 식이 아닌, 나의 철학에 어긋나면 같은 진영도 냉정하게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선거 이후에 내부점검과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투표 조작설부터 좌우를 가리지 않고 필수 이벤트처럼 따라다닌다면, 이는 우리의 수준이 아직 밑바닥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Propaganda works best when those who are being manipulated are confident they are acting on their own free will.

파울 요제프 괴블스 (히틀러 정권 선전장관)

히틀러 정권 선전장관인 파울 요제프 괴블스는 히틀러 집권에 엄청난 기여를 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선동 전문가였다. 그가 했던 말들은 워낙 유명해서 아직도 많은 사람이 배우고 있다. 그중 비교적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말이 있어 번역했다. "선전은 당하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행동한다고 확신할 때 제일 하기 쉽다."

만약, 내가 어떠한 주제나 사안에 대해 나만의 논리와 생각이 근거가 되지 않고 어느 집단 체제의 논리에 편승한 것이라면, 반성하고 나만의 기준과 논리를 성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민들의 수준은 정부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정부의 수준을 정해주는 것이다.

결국 계속된 자기 성찰과 꾸준히 정부를 견제하는 국민들만이 결국 높은 수준의 정부와 리더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